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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피제 활동/MENA/학회 활동

[2020/01/17] <이슬람 전사의 탄생> 저자와의 만남

인터뷰 후 맛있는 저녁도 사주신 정의길 기자님(왼쪽에서 두번째), 네피제 활동을 많이 독려해주셨습니다. 

 2019년 2학기 네피제 정기세미나의 토론도서는 <이슬람 전사의 탄생(2015, 정의길)> 이었습니다. 세미나에서 토론 중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주제를 만날 때마다 '이 문제에 대해 저자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버릇처럼 하곤 했었는데요, 실제로 그 의문을 풀고자 저자가 계신 곳을 찾아갔습니다.

 엘 네피제는 1월 17일,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한겨레신문 본사에서 정의길 기자님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세미나에서 책을 읽고 토론하며 제기되었던 질문에서 시작하여, 국제정세를 해석하는 방법에 대한 기자님의 의견까지 폭넓은 질문들이 오갔던 시간이었습니다. [아래 내용은 인터뷰의 일부를 정리한 것이며, 전체 내용은 2020년 2월 발간될 학술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네피제 : <이슬람 전사의 탄생>은 어떻게 쓰시게 되었으며, 책의 핵심적인 포인트를 어디에 두시는지 궁금합니다.


정의길 기자님 : 당시 신문에서 중동의 테러, 전쟁이슈에 대해 현상적으로는 접할 수 있었지만, 그러한 사건들의 근본적 배경을 알리는 책은 없다고 생각되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특히 책이 출간됐던 2015년은 이슬람 무장 세력에 관한 의문, 공포가 세계적으로 강했던 시기였기에 많은 주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1979년을 기점으로 중동 분쟁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점에 유념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1979년 이전의 중동 분쟁이 근대적 민족 개념, 사이크스-피코 협정 등에 연결된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의 대립을 의미했다면, 그 후의 중동 분쟁은 이란의 이슬람혁명에 따른 중동 내의 갈등과, 그에 따른 미국의 정책노선 변경으로 볼 수 있습니다. 1977년 카터 대통령이 ‘가장 혼란스러운 지역에서 (미국이 의지할 수 있는) 안정된 섬’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이란은 페르시아 만에서 미국의 안보를 보장하던 국가였습니다. 하지만 이슬람혁명 성공으로 샤 정권이 무너지면서, 미국은 이란이 종교혁명을 중동전역에 수출할 가능성을 우려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로 나왔던 것이 1982년 ‘미국의 필요 시 중동 내 군사개입을 가능하게’ 했던 카터 독트린이었습니다. 그 후 이어지는 이란-이라크 전쟁, 양국 봉쇄 등 일련의 사건 역시 중동 내 시아 이슬람의 확산 제지, 극단적 종교이념 확산 등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네피제 : '2장'부터 진행되는 20세기 후반 미국의 중동정책에 대해 비판적 관점이셨던 것 같습니다. 미국의 중앙정보국, 백악관이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정의길 기자님 : 국제정세는 국가 간의 이익을 다투기 때문에, 많은 사건을 현실주의냐 이상주의냐 하는 관점에서 분석하게 됩니다. 당시 미국의 대외정책은 ‘윌슨주의’로 대표되는 이상주의 전파에 지나치게 심취해 있었습니다. 특히 이상주의 확산을 적극 지지했던 이들이 ‘보수적인 이상주의자, 신보수주의자’로 불리는 네오콘이었습니다. 당시 네오콘은 이라크에 강한 보복 등의 수단을 사용해서 친미 자본주의 정권으로 만들고, 중동 내 자유와 평등 이념을 확산시키는 도미노효과를 노렸습니다. 실제로는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가 중동에서 세속주의를 유지하는 균형추의 역할을 수행했음에도 말입니다. 결론적으로는 당시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인식보다 ‘이라크는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내부 고정관념이 보다 강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으로 발생한 대안 없는 세력공백(Vacuum of Power)은 알 카에다, IS로 이어지는 극단주의 세력의 확산에 기여했고, 이라크 이후에는 시리아가 그 전쟁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이들을 둘러싼 시리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의 상반된 이해는 좀처럼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암묵적인 방조만이 이어졌습니다. 물론 미국의 선택만을 유일한 원인으로 볼 수는 없지만, 결론적으로 그 기조가 10년 이상 중동의 세력균형에 영향을 미친 셈입니다.

 

네피제 : 책 내에서 오사마 빈 라덴의 행적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책을 쓰시며 ‘빈 라덴’이라는 인물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셨었는지 궁금합니다.


정의길 기자님 : 알 카에다의 9/11 테러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전대미문의 사건이었습니다. 당연히 인도주의적인 평가가 우선적으로 따르지만그러한 조직의 수장이었던 빈 라덴은 무슬림 극단주의 조직의 국제화와 네트워크가 어느 정도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 인물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또한 그가 지녔던 개인적인 야망이 결국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이루려는 의지에서 비롯되었다는 면에서, 성장했을 당시의 종교적 영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 봅니다.

 

네피제 : <이슬람 전사의 탄생> 이후에도 국제 지정학에 대해 다룬 <지정학의 포로들>이라는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혹시 추가적인 출간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정의길 기자님 : 만일 기회가 된다면 이스라엘과 유대인 문제에 대해 써 보고 싶습니다. 이스라엘에 대한 국내의 시각은 '신의 선택을 받은 민족이다', 혹은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민족이다' 이렇게 양분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시각을 벗어나 중세 유럽에서 시작해서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유대 민족들이 성장하고 탄압 받았던 역사적 맥락에 대해 자세하게 풀어보고 싶습니다.

 

네피제 : 네피제와 같이 중동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에게 조언하고 싶으신 것이 있으신가요?


정의길 기자님 : 우선 영어 실력을 길러 자료 접근의 폭을 넓히시기 바랍니다. 보고서, 언론, 단행본 각 자료들마다 관점의 한계가 있겠지만, 유명한 자료들은 그 속에서도 객관성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기에, 그런 자료들을 많이 접하다 보면 ‘균형적 시각’에 대한 나름의 판단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아랍어, 히브리어 등 자신이 공부하고자 하는 지역의 언어를 보다 적극적으로 공부해서 원어 자료를 읽을 만큼의 실력을 기르시길 바랍니다. 그러한 언어적 능력이 뒷받침된다면, 보다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