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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피제 활동/MENA

[이란 여행기] 타크테잠쉬드(페르세폴리스)를 보며 든 단상.




[쉬라즈, 이란] 타크테잠쉬드(페르세폴리스)를 보며 든 단상.


 <엘-네피제 김태민 학회원>

 


여행의 막바지,

 나와 한준, 제민은 18세기 잔드왕조의 수도였던 이란의 쉬라즈에 도착했다. 쉬라즈는 타크테잠쉬드(페르세폴리스)를 방문하려는 여행자들에게 베이스 캠프와 같은 도시로서, 수많은 투어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우리 일행은 우리가 묵었던 'Eram(페르시아어로 '낙원'이라는 뜻이다)' 호텔에 마련된 투어프로그램을 이용했는데, 이는 운전기사가 하루 종일 우리 셋만을 태우고 Persepolis, Naqsh-e Rajab, Naqsh-e Rustam, Pasargadae 에 태워다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출발 시간이 오전 8시로 '매우' 이른 시각이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난 우리는 졸린 눈을 비비며 호텔 로비를 빠져나와 운전기사의 자동차를 타고 우리가 방문할 첫 유적지인 타크테잠쉬드를 향해 출발했다.

 한 시간 남짓 달렸을까, 우리는 마침내 타크테잠쉬드에 도착했다. 입장료는 5000리얄, 한화로 약 300원 정도 하는 금액이다. 저렴한 입장료를 내고 우리는 발걸음도 가볍게 거대한 계단을 올라 타크테잠쉬드의 대문격인 '만국의 문'을 마주하고 섰다.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 제국의 4개 수도 중 하나였던 타크테잠쉬드(페르세폴리스)의 '만국의 문'. 제국의 광활한 영토에 속해있던 수많은 정복지의 사절들이 황제를 알현하기 위해 이 문을 통과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에 새겨진 석상이 왠지 낯설지 않다.



 

오늘날 '왕중왕'이라 불리는 다리우스 1세는 캄비세스 2세에 이어 즉위한 황제로, 타크테잠쉬드를 본격적으로 건설하기 시작했다. 한편 캄비세스 2세는 선왕 키루스 대제가 정복하지 못했던 이집트 왕국을 정복한 인물로서 타크테잠쉬드의 위치를 결정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다리우스 1세가 타크테잠쉬드를 건설하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이미 이집트가 제국의 영토 하에 있었으며, 이집트의 문화적 유산은 제국의 문화적 역량을 살찌웠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만국의 문에 새겨진 석상은 이집트의 왕 파라오의 턱장식을 연상시킨다.

 결국 '만국의 문'을 비롯한 타크테잠쉬드는 결코 단일 국가의 문화적 역량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파라오의 턱장식을 연상시키는 모습의 석상은 타크테잠쉬드가 아케메네스 제국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뭉쳐있던 수많은 정복지의 다양한 문화적 유산들이 융합되어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만국의 문은 진실로 '만국의' 문인 것이다.